구나발타라 삼장

나는 임제종 양기파 계열의 수행법인 ‘간화선법’으로 선정 수행을 입문한 사람이란 말이지. 전국선원 수좌회 소속 스님께서 ‘조계종은 임제종이다’ 하셨으면 말 다했지. 물론 실제로도 역사적으로 태고 보우 국사가 양기파 계열 석옥 청공 선사한테서 간화선 수행법을 배우고 법을 인가 받고 오기도 했고.

근데 ‘조계종’의 ‘조계’는 6조 혜능스님이 조계산에서 주석하셨다는 점에서 왔단 말이지. 혜능 스님이 초조 달마 이래로 법을 이어받은 제6조인 거고, 그 뒤로 남악 회양, 마조 도일, 백장 회해, 황벽 희운을 지나 임제 의현 선사가 나온 거니까, 임제스님이 제11조인 거지 일단. 그리고 임제종 계열 안에서 양기파 즉 양기 방회 스님은 제45조까지 대수가 내려감. 그리고 태고 보우가 법을 배운 석옥 청공은 제50조고. 그럼 태고 보우 국사가 초조 달마로부터 이어서 제51조인 거임.

거기서부터 쭉 따져 내려가서 근현대 선불교 중흥조인 경허 성우 스님까지 가면 제75조고, 3.1운동 33인으로 유명한 용성스님이 제77조, 그리고 이후 조계종 선승의 60% 정도는 다 용성스님의 법맥을 잇고 있다.

참고로 내가 좋아하는 청화스님은 백양사의 독자 계승 법맥으로, 백양사 문중은 애초에 직계 스승과 관계 없이 다른 방장스님 밑으로 가서 소임을 보며 계보를 따로 따지지는 않는 가풍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어쨌든 만암 종헌 스님(목양산인) – 벽산한인 금타 대화상 – 무주당 청화스님 이렇게 법계보를 따져볼 수 있는데, 금타 대화상이 워낙 캐릭터 독특한 사람이라, 여기에서 청화스님 특유의 ‘염불선’ 가풍이 튀어나왔다고 볼 수 있다.

가야산 호랑이 퇴옹 성철스님 같은 경우도 굳이 법맥 같은 것에 혹할 필요 없다는 의미로, 자기 법맥 같은 것을 드러내 강조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대체로 용성-동산-성철의 법계인 것으로 본다.

그런데 내가 하려는 말은, 조계종의 조계, 즉 육조 혜능스님 당시로 가면, 그 당시 그 문중의 사람들은 자신들은 선종으로 부르기 보다는 ‘능가종’으로 스스로를 인식하였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능가사자기’라는 책도 쓰여졌다. 쉽게 말해 ‘선사’가 아니라 ‘능가사’라는 말이다. 아 물론 선사인 것도 맞긴 한데, 더 정확히는 능가선을 행한다고 스스로들은 인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초조는 달마가 아니라 ‘구나발타라 삼장’이다. 왜냐면 능가경을 번역한 역경승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달마는 그 능가경을 자기 제자인 혜가에게 ‘이것이 부처님의 심인’이라며 물려주었다고 해당 능가사자기는 전한다. 능가사자기의 저자는 정각(淨覺) 스님인데, 흔히 북종선으로 일컬어지는 신수의 제자이다. 시대는 무측천이 제위에 있던 시기고.

지금은 혜능을 정맥으로 따지고, 달마를 초조로 따지지만, 그 당시에는 신수도 홍인의 전법 제자였다. 오히려 혜능보다 더 뛰어난 제자였고, 홍인으로부터 “동산문중의 법은 모두 신수에게 있다.”라고까지 칭해졌다. (즉, 말하자면 육조단경에서 말해지는 혜능의 전설적 일화들은, 대체로 혜능 계통의 창작이다. 오히려 소수파였기 때문에, 괜히 글이 더 드라마틱하다. 원래 그렇다.)

이야기가 왜 이렇게 멀리까지 돌아갔냐?

내가 간화선법을 배웠는데, 그 종파가 사실 원래는 ‘능가종’이었으며, 능가종은 ‘구나발타라 삼장’을 초조로 모신다는 것이다.

근데 능가종이어봤자, 내용이 달라지는 건 아님. 능가경의 인용하며 ‘모든 부처의 마음이 법으로서는 으뜸이다’ 이게 구나발타라가 가르치던 요지임. 마음이 제1법문이기 때문에, 결국 그게 현재 선종의 종지와 일맥상통하는 거임. 쉽게 말해 부처의 ‘심인’ 위에 불교가 성립하는 거지, 책으로 탑 쌓아서 불교 성립하는 게 아니라는 말임. 실제 닦아서 통달해야 한다는 말. 그래서 홍인의 동산법문 당시에는, 각기 다양한 여러 종파에서 동산사에 모여들어 수행을 했다고 함.

동산법문 자체가 원래 근거 경전을 좀 유연하고 능가경과 반야부에서부터, 여래장과 염불까지, 좀 넓게 수용하는 편이어서, (어차피 좌선 삼매 닦는게 위주인데, 그거 철학 따지며 싸울 필요가 없음, 뭐가 됐든 신심 일으켰으면 닥치고 수행부터 시작), 심지어 도신의 입도안심요방편법문은 동시대 교종의 태두인 ‘천태 지의’의 말들도 엄청 많이 인용하며 ‘지민선사(지의선사의 필사본 오기)도 이렇게 다 말하지 않았느냐?’ 하고 그냥 두루 다 포섭해서 좌정시키고 수행시킴.

그니까, 그 당시로 막상 가면, 선종 교종 이런 무슨 ‘대립’ 같은 게 막상 있었던 것도 아닌 거임. 그냥 불교의 종지만 통하면 다 서로 한 덩어리라 생각했고, 두루 오가며 수행하고.

암튼 그런데 내가 취미로 번역하던 ‘잡아함경’이 실은 역경승 구나발타라 삼장이 번역한 경전이다. 어쩐지 내용이 잘 와닿더라니… << 이 얘기가 하고 싶었다.

참 신비한 인연이지. 모르고 따라갔는데, 인연이 있어서 그랬던 거였어.

2025년 11월 2일 일요일 오후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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