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자 야나기다 세이잔

야나기다 세이잔이 진짜 대학자 중의 대학자인 게, 솔직히 말해서 글 공부를 이 정도로 하면, 그 사람은 선정력이 모자라고 관법이 미약할 수 밖에 없거든? 글 보며 계속해서 분별해야 하는데 ‘무분별지’를 어떻게 닦아 수덕을 할 수가 있겠냐고. (보통은 나처럼(?) 한 동안 글을 많이 보면 수덕이 안 돼서 증상만(‘나 잘났다’ 올려치기)이 가득해지고 온갖 세연에 끄달려서 짜증과 분노의 덩어리가 된단 말이지. 원리가 그래.)

근데 이 사람이 글공부를 엄청나게 했으면서도 동시에 선리에 대한 수증도 존재해서, 거침이 없고 막힘이 없는 것이, 마치 정동진 일출의 붉은 광선이 눈을 뚫고 가슴을 뚫고 영혼을 뒤흔들어 감동케 함과도 같다.

말 그대로 불교 안에서 육각형 꽉 채워진 인간임. 내가 아무리 기를 써도 별 3개짜리 육각형 안에서 들쭉날쭉 놀고 있는 것이라면, 이 사람은 진짜로 별 5개짜리 육각형 안에서 거의 가득 채워져 있다. 케파 자체가 달라. (어떻게 이렇게 바쁘고 성실하게 살았지?)

이 사람이 임제록 같은 것도 역주를 했는데, 그 풀이가 그런대로 읽을만 한 수준이다. 긍까 어떤 번역들은 기계 기어에 돌가루 들어간 것마냥 도저히 돌아가지 않는 수준들이 많거든. ‘읽을만 하다’라는 게 엄청난 거임. (물론 일본어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거라, 일본어 원어로 읽으면 더 좋게 읽히겠지만. 건너 왔어도 ‘읽을만 하다’는 게 대단하단 말이지.)

물론 이제 성철스님 법어록 같은 거야, 어차피 일평생 선사가, 어차피 모국어로 쓴 거니까, 그건 진짜 맛이 진국인데, 야나기다 세이잔 이 인간이 고작 학자에, 일본어 화자인데도, 한국어로 재번역되어 읽을만 하다니까?

그리고 뜻이 광활하고, 소인의 성품이 없어서, 남몰래 흠모하고 존숭의 마음을 가질만 하다. 진짜 대단한 학자임.

초기 선종사 1,2 권 정가로 하면 합쳐서 3만원인 것을, 중고로 도합 9만원 가량 지불하고 구했는데, 아 진짜 잘 샀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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