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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현상학, 우리가 여기서 그 길을 모색하려 하고, 다른 모든 학문들과 비교되는 그 독자적 지위를 규정하려 하며, 철학의 근본학문임을 입증하고자 하는 그것은, 그 원리적 특수성 때문에 자연적[=일상적] 사유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우리 시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 전개를 시급히 요구하고 있는¹, 본질적으로 새로운 학문이다. 이 학문은 자신을 “현상”에 대한 학문이라 부른다.
1) [역자주] drängende는 “강하게 요구하는, 촉구하는”의 뜻으로 여기서는 “시급히 요구하고 있는”(시한이 압박되는 일)으로 옮겼다. 다만 현상학이 기존의 자연적 사유와 구별되는 새로운 학문으로서, 후설이 살던 당시(특히 1910년대 초반)에 빠르게 정립·제기된 시대적 돌출감을 고려하면 “긴급히 촉구하는”(일종의 응급·돌발 현상)으로 읽을 여지도 있다.
물론 현상을 다루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다른 학문들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심리학을 심적 현상에 관한 학문이라고 부르고, 자연과학을 물리적 양태나 물리적 현상에 관한 그것[=학문]이라고 부른다. 역사에서는 종종 역사적 현상에 대해 언급하며, 문화학에서는 문화적 현상을, 그리고 실재적 대상들을 다루는 다른 모든 학문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런 언급들 속에서 ‘현상(Phänomen)’이라는 단어의 뜻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으며, 또 어떤 더 많은 의미들을 지닐 수 있든 간에, 현상학 또한 그러한 ‘현상들’ 모두와 그것들이 지니는 각각의 의미들에 대하여 모두 관련되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전적으로 다른 태도 속에서이며, 그 태도에 의해 익숙한 전통적 학문들 속에서 우리에게 마주쳐 오는 ‘현상’의 모든 의미가, 일정한 방식으로 변양(modifizieren)된다. 오직 이렇게 변양된 것으로서만 ‘현상’은 현상학적 영역으로 들어온다.
이러한 변양들을 이해하는 것, 혹은 더 정확히 말해, 현상학적 태도를 실제로 수행하여, 현상학적 태도의 고유한 성격과 자연적 태도의 고유한 성격을 각기 성찰적으로 반성하여 학문적 의식 속으로 끌어올리는 것 —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현상학의 토대를 마련하고 그 고유한 본질²을 학문적으로 확증하고자 할 때, 온전히 완수하여야 할 첫 번째 과제이자,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2) [역자주] 여기서 말하는 ‘고유한 본질’은, 현상학이 다른 학문들과 근본적으로 구별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구별을 규명하게 된다면, 현상학이 철학의 근본학문임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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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독일 철학계와 심리학계에서는 현상학에 대한 매우 많은 언급이 있었습니다. 흔히 『논리적 탐구들』³ 과의 오인된 일치를 전제로 하여, 현상학을 경험심리학의 하위 단계, 곧 심적 체험에 대한 “내재적(immanent)” 서술의 영역으로 파악하며, 그리고 그 서술들은 – 사람들이 내재성(Immanenz)을 이렇게 이해한다 – 내적 경험의 범위 안에 엄격히 머무릅니다.
3) 에드문트 후설, 『논리적 탐구들』, 전2권, 1900·1901.
내가 이 견해에 대해 제기한 반론⁴은, 보아하니, 별로 소용이 없었던 듯합니다. 최소한 몇몇 주요한 차이점에 대해서 명확히 규정했던, 부가적 설명 역시 이해되지 않았거나 부주의하게 제쳐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심리학의 연구 방식에 대한 내 비판을, 겨냥한 반박들은 완전히 무효한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것들은 내 논지의 기본적 취지를 빗나갔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한 비판은 결코 현대 심리학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았으며, 유력한 학자들이 수행한 실험적 성과를 결코 폄하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⁵ 나는 문자 그대로 근본적인 결함들을 드러낸 것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함들의 제거 여하에 따라, 내 생각에는, 심리학을 더 높은 학문 단계로 끌어올리는 것과 그 연구 영역의 비범한 확장이 달려 있습니다.
⁴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철학」(Logos, 제1권, 316–318쪽, 특히 316쪽의 ‘경험’ 개념에 대한 논의 참조). 또 「1895–99년 간 독일 논리학 저술에 관한 보고」(Archiv für systematische Philosophie, 제9권, 1903, 397–400쪽)도 참조.
⁵ [역자주] 여기서 “오히려”(sondern)는 단순히 “앞의 것을 부정하고 다른 사실을 말한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후설에게 “근본적 결함을 드러낸다”는 것은 심리학을 폄하하거나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전제를 비판적으로 드러내어 더 높은 학문적 단계로 이끌려는 긍정적 기여를 의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태도는 심리학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현상학을 통해 각 학문에 내재한 전제를 드러내고 바로잡음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모든 학문에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기초를 세우려 했다. 다만 실제로 모든 학문을 ‘바로잡은’ 것은 아니며, 그의 구체적 기여는 주로 인식론과 과학철학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그는 다만 일관되게 보편적 토대를 지향하는 기획 속에서, 이러한 작업을 전개